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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매일신문] ‘無等’, ‘먹’을 만나 풍경이 되다
2024-03-09
‘無等’, ‘먹’을 만나 풍경이 되다

계산 장찬홍 수묵화전…오는 6월2일까지 의재미술관

최명진 기자
2024년 03월 07일(목) 19:41
‘청계재, 그때 그시절’

무등에 살며 무등을 그린 화가 계산 장찬홍의 수묵화전이 의재미술관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에는 먹과 붓을 아껴 담박한 울림을 주는 장찬홍의 문인화, 산수화 등 30여 점을 선보인다.

장흥 출생인 장찬홍은 1964년 의재 허백련 문하에 입문했다. 올해로 60년, 스무 살 청년에 시작한 그림이 환갑을 맞았다.

다리가 불편했던 장찬홍은 무등산 자락 스승의 춘설헌(春雪軒) 근처에 기거하며 그림을 배웠다.

이번 전시 주제인 ‘계곡의 물소리를 듣다’는 무등산 청계재(聽溪齋)에서의 추억을 담고 있다.

장찬홍은 그의 맑고 진실된 성품을 알아본 스승이 써준 ‘계산청진(谿山淸眞)’ 네 글자를 마음에 새기며 스승이 세상을 떠난 이후까지도 47년간 무등산을 지켰다.

장찬홍은 전통 수묵화를 기반으로 따뜻한 감성의 자연과 일상을 담았다. 문인화의 전통은 간직하면서도 문기어린 필묵으로 대상을 단순화해 현대적 회화미를 구축했다. 그림에 함께 적은 화제도 한글로 바꿔 써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추고자 했다.

자신의 화실을 그린 ‘청계재, 그때 그시절’에는 의재 선생과 함께 했던 순간을 그리워하는 작가의 마음이 담겼다.

반생을 살았던 무등산의 절경은 ‘서석춘색’(瑞石春色), ‘무등서설’(無等瑞雪), ‘무등산 새인봉’ 등 수많은 무등산 작품으로 표현됐다. 고향 장흥의 억불산과 제주도, 설악산, 금강산 등 전국의 명승은 담담하면서도 장쾌한 붓질로 화폭에 새겼다.

비안개에 싸여 아스라이 보이는 산과 바다는 그가 본 풍경이라기보다는 지그시 눈 감고 오랫동안 마음에 담아온 풍경인 듯하다. 이외에도 일상의 자연을 그린 ‘엉겅퀴’, ‘모정’, ‘무념’ 등에서는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겸손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이 느껴진다.

전시는 오는 6월2일까지 의재미술관 1,2전시실에서 열린다./최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