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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일보] 이른 봄, 무등산서 즐기는 수묵의 향
2024-03-09

이른 봄, 무등산서 즐기는 수묵의 향

입력 2024.03.03. 16:46김혜진 기자
의재미술관 ‘계산 장찬홍: 계곡의 물소리를 듣다’ 6월2일까지
허백련 사사 47년 무등산방 지켜
먹과 붓 절제해 단정·담박한 울림
자연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가득
장찬홍 작 ‘청계재, 그때그시절’

따스한 햇살에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려오는 이른 봄, 무등산 자락에서 봄의 정취와 함께 담박한 울림을 주는 산수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무등산에 살며 무등을 그려온 계산 장찬홍의 초대전이 그것이다.

의재미술관은 4일부터 ‘계산 장찬홍: 계곡의 물소리를 듣다’를 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오는 6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장흥 출신으로 1964년 의재 문하에 입문해 올해로 60년 동안 작업을 펼쳐온 장찬홍의 문인화와 산수화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다리가 불편했던 터라 스승의 춘설헌 근처 청계재에 기거하며 그림을 배웠다. 청계재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맑고 진실된 성품을 알아본 의재가 써 준 ‘계산청진(谿山淸眞)’을 마음에 새기며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까지도 47년 동안 무등산방을 지켜왔다.

장찬홍 작 ‘무념’

그의 작품은 전통 수묵화를 기반으로 한다. 자연과 일상을 주로 다루는 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그는 문인화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물기 어린 필묵으로 대상을 단순화하며 현대적 회화에 한발짝 다가간다. 또 최대한 먹과 붓을 아껴 빚어낸 화면은 단정하면서도 여유를 줘 담담하면서도 담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작품은 대부분 그가 반생을 살았던 무등산의 절경이다. ‘서석춘색’ ‘무등서설’ ‘무등산 새인봉’ 등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 무등산의 다양한 표정이 담겼다. 특히 자신의 화실을 표현한 ‘청계재-그때 그시절’에는 스승인 의재와 함께 한 순간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담백하게 드러난다.


장찬홍 작 ‘서석춘색’

그의 고향인 장흥의 억불산, 제주도, 설악산, 금강산 등 전국의 명승은 그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필치로 담겼다. 풍경을 그대로 담아냈다기 보다 작가의 심상이 담겨 펼쳐진 듯 여운이 느껴진다.

일상 속 자연을 담은 ‘엉겅퀴’ ‘모정’ ‘무념’ 등에서는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따스한 시선과 넉넉한 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선옥 의재미술관 관장은 “새봄을 맞아 의재의 제자 중 한 명인 계산 장찬홍의 수묵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겸손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이 느껴지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일까지. 의재미술관은 장찬홍 초대전 이외에도 매화를 주제로 한 직헌 허달재의 매화그림전, 의재 허백련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 휴관.

한편 장찬홍은 의재 허백련에 사사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통해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대한민국서예대전, 광주시전, 전남도전 등의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