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백련 사사 47년 무등산방 지켜
먹과 붓 절제해 단정·담박한 울림
자연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가득
따스한 햇살에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뜨려오는 이른 봄, 무등산 자락에서 봄의 정취와 함께 담박한 울림을 주는 산수화를 즐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무등산에 살며 무등을 그려온 계산 장찬홍의 초대전이 그것이다.
의재미술관은 4일부터 ‘계산 장찬홍: 계곡의 물소리를 듣다’를 1, 2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오는 6월 2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장흥 출신으로 1964년 의재 문하에 입문해 올해로 60년 동안 작업을 펼쳐온 장찬홍의 문인화와 산수화 등 30여점을 선보인다.
작가는 다리가 불편했던 터라 스승의 춘설헌 근처 청계재에 기거하며 그림을 배웠다. 청계재는 ‘계곡의 물소리를 듣는다’는 뜻으로 이번 전시의 제목이기도 하다. 그는 그의 맑고 진실된 성품을 알아본 의재가 써 준 ‘계산청진(谿山淸眞)’을 마음에 새기며 스승이 세상을 떠난 후까지도 47년 동안 무등산방을 지켜왔다.
그의 작품은 전통 수묵화를 기반으로 한다. 자연과 일상을 주로 다루는 그는 따뜻한 시선으로 주변을 바라본다. 그는 문인화 전통을 간직하면서도 물기 어린 필묵으로 대상을 단순화하며 현대적 회화에 한발짝 다가간다. 또 최대한 먹과 붓을 아껴 빚어낸 화면은 단정하면서도 여유를 줘 담담하면서도 담박한 울림을 선사한다.
작품은 대부분 그가 반생을 살았던 무등산의 절경이다. ‘서석춘색’ ‘무등서설’ ‘무등산 새인봉’ 등 계절에 따라 모습을 달리한 무등산의 다양한 표정이 담겼다. 특히 자신의 화실을 표현한 ‘청계재-그때 그시절’에는 스승인 의재와 함께 한 순간을 그리워하는 그의 마음이 담백하게 드러난다.
그의 고향인 장흥의 억불산, 제주도, 설악산, 금강산 등 전국의 명승은 그만의 특색이 묻어나는 필치로 담겼다. 풍경을 그대로 담아냈다기 보다 작가의 심상이 담겨 펼쳐진 듯 여운이 느껴진다.
일상 속 자연을 담은 ‘엉겅퀴’ ‘모정’ ‘무념’ 등에서는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따스한 시선과 넉넉한 품이 그대로 드러난다.
이선옥 의재미술관 관장은 “새봄을 맞아 의재의 제자 중 한 명인 계산 장찬홍의 수묵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를 마련했다”며 “자연과 삶을 대하는 그의 겸손하면서도 따뜻한 성품이 느껴지는 이번 전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전시는 오는 6월 2일까지. 의재미술관은 장찬홍 초대전 이외에도 매화를 주제로 한 직헌 허달재의 매화그림전, 의재 허백련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상설전을 진행하고 있다. 월요일 휴관.
한편 장찬홍은 의재 허백련에 사사하고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 등을 통해 지역을 중심으로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대한민국서예대전, 광주시전, 전남도전 등의 초대작가와 심사위원을 역임했다.
김혜진기자 hj@mdilbo.com